LAMBENCY
DeepCaffein · 공개 데이터 시리즈 · 06 · 의약품

그 데이터는 공개돼 있다.
쓰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의약품 · 심평원 처방 데이터 × 제품 허가 데이터 · 용량 믹스와 지역 수요 · 공개 데이터 분석

Caff · 2026년 8월
사용 데이터 — 심평원 의약품사용정보 오픈API(상위 100개 치료군 × 3시점, 시군구·성분 단위 포함 조회 3,695번), 급여의약품 ATC 매핑 목록,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심평원 연구보고서·복지부 공식 발표, 피어리뷰 문헌. 내부 데이터 0건.

코로나가 막 번지던 몇 달을 미국의 한 병원 데이터팀에서 보냈다. 백신은 아직 없었고, 의사들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약들을 시험하고 있었다. 내 일은 그 시험이 통계적으로 성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환자를 몇 명 모아야 약효의 차이를 우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몇 달 동안 눈에 남은 것이 있다. 같은 약인데 용량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보였고, 엄밀하게 재면 그 차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용량이 확실하게 가른 것은 효과가 아니라 안전이었다. 고용량을 받은 쪽이 먼저 위험해졌다. 그때 남은 결론은 단순하다. 같은 성분이라도 몇 밀리그램이냐는 다른 사건이다.

01노트를 파싱하던 시절

백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데이터 쪽 사람이고, 그 인연으로 헬스케어 IT 회사에서 미국 병원들의 종양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했다. 그 데이터는 세 개의 시스템에 나뉘어 살고 있었다. 병원 전체를 돌리는 Epic과 Cerner, 그리고 지역 종양 클리닉들이 쓰는 iKnowMed. 같은 항목을 담는 시스템인데 병원마다 적는 방식이 달랐다. 어떤 병원은 코드로 적고, 어떤 병원은 다른 단위로 적고, 어떤 병원은 비워 뒀다. 그래서 병원 하나를 새로 붙일 때마다 매핑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흘러야 했다. 파이프라인이 밤에 멈추면 다음 날 진료가 어제 숫자를 보게 되니까, 주말과 휴일에도 돌아가며 당직을 섰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정작 처방이었다. 환자가 무슨 약을 몇 밀리그램 받았는지가 어느 칼럼에도 없었다. 의사가 쓴 노트 문장 안에 있었다. 그 문장에서 약 이름과 용량을 꺼내는 규칙을 만드는 일이 프로젝트의 절반이었다. 그런데 그 노트에는 환자의 인적사항도 섞여 있었고, 결국 그 문제로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내가 아는 처방 데이터는 그런 물건이었다. 만들다가 멈추는 물건.

02그런데 한국에는 그게 표로 있다

한국에 와서 심평원의 공개 데이터를 열어 봤을 때 잠깐 멈췄던 이유가 그것이다. 여기는 그 데이터가 표로 있다. 성분과 용량과 제형이 아홉 자리 코드 하나에 담겨 있고, 그 코드 단위의 처방 수량과 금액이 시군구별로, 월별로, 2010년부터 국가 단위로 공개돼 있다. 노트를 파싱할 필요가 없다. 개인정보 문제도 없다 — 집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당직을 서 가며 만들던 것보다 정돈된 형태로, 누구나 볼 수 있게 놓여 있다.

다만 공개돼 있다는 것과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데이터가 놓인 곳은 내려받기용 파일이 아니라 조회 화면이다. 치료군 하나, 지역 하나, 달 하나를 고르면 표 한 장이 나온다. 사람이 화면으로 보라고 만든 구조라서, 이 글의 전국 그림을 만드는 데 조회 3,695번이 들었고, 서버가 받아 주는 속도로 이틀이 걸렸다. 파일로 열린 공식 통로에는 이 조합이 없다. 공개는 되어 있는데 문이 좁다. 미국에서 벽이 의사의 노트였다면, 여기의 벽은 이 좁은 문이다.

이 문을 실제로 지나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셀 수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이 처방 데이터 API 를 신청한 건수는 십 년 동안 2,352건이다(2026-08-23 기준). 같은 심평원이 같은 해에 연 병원 위치 데이터는 8,606건이 신청됐고, 아파트 실거래가는 등록 일 년 반 만에 16,874건이 신청됐다. 깃허브에서 이 API 를 다루는 공개 저장소는 0개다. 실거래가를 다루는 저장소는 248개다. 부동산 숫자 앞에는 만 육천의 손이 줄을 섰는데, 이 문 앞은 십 년 동안 이천이었고, 그 이천이 남긴 공개 분석은 찾지 못했다. 왜일까. 집값은 모두가 자기 일이지만 처방 데이터는 산업의 일이고, 그 산업은 유료 추정치를 사서 쓰는 관행에 익숙하며, 문도 좁다. 짐작이지만 셋 다일 것이다.

부동산 실거래가 앞에는 일 년 반 사이 만 육천의 손이 모였다. 이 문 앞은 십 년 동안 이천이었다.

그래서 이 업종의 구멍은 앞의 글들과 모양이 다르다. 지금까지 본 구멍은 데이터가 없거나(등록부는 죽음을 기록하지 않는다), 남의 손에 있는(매대 데이터는 채널이 갖는다) 경우였다. 여기는 반대다. 데이터가 이만큼 공개돼 있는데, 쓰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직접 써 보면 된다.

이 글이 따라갈 약은 하나다.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합쳐 한 알로 만든 고지혈증 복합제 — 처방받아 본 사람이라면 로수젯 같은 이름으로 기억할 그 약이다. 왜 이 약이냐면, 지난 5년 사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됐기 때문이다. 제일 잘 팔리는 약이라면 수요를 제일 잘 알고 만들 것 같지만, 데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반대에 가깝다. 그 이야기를 순서대로 한다.

03치료군 지도 — 시장의 모양이 바뀌고 있다

데이터부터. 급여 등재 제품 수가 많은 상위 100개 치료군을 골라 2019년 6월, 2024년 6월, 그리고 집계가 도착한 가장 최근 달인 2026년 3월 — 세 달의 전국 청구를 모았다. 상위 100개 치료군의 월 급여금액은 5년 사이 7,200억 원에서 1조 1,900억 원이 됐다. 64% 성장했는데, 성장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장의 모양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기준 가장 큰 치료군은 스타틴이 아니다.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라는 성분을 한 알로 합친 고지혈증 복합제다. 월 780억 원 — 5년 전의 4.4배가 되면서 단일 스타틴(626억 원, +50%)을 앞질렀다. 같은 방향이 반복된다. 혈압약에서도 두세 성분을 합친 복합제가 +94%, +279%로 크고 있고, 당뇨 복합제는 +118%다. 물론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옮겨 간 것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전체의 5년 성장은 +135%이고, 그 안에서 복합제의 몫이 35%에서 55%로 바뀌었다. 한 알에 한 성분이던 시장이, 한 알에 여러 성분인 시장으로 절반을 넘겼다.

다른 치료군들도 같은 지도 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위산 치료제에서는 옛 세대(H2 차단제)가 -34%로 상위 100개 중 유일하게 줄고 새 세대(PPI)가 +174%로 그 자리를 채웠고, 효능 논란으로 급여 재평가 대상이 된 뇌기능개선제 계열은 여전히 월 364억 원어치 처방되고 있다. 다만 이 글은 거기 머물지 않고, 1위가 된 고지혈증 복합제를 따라간다.

+0% +100% +200% +300% 200억 400억 600억 800억 지질 복합제 스타틴 PPI 항혈소판제 혈압 복합제(ARB+CCB) 뇌기능개선제 등 당뇨 복합제 조영제 ARB 단일 치매약 안과용제 B02BD C09DX C10BX H2 차단제 세로 = 5년 성장률 · 가로 = 2024-06 월 급여금액 · 복합제

그림 1 · 상위 100개 치료군의 규모와 5년 성장 (2024-06 월 급여금액 × 2019-06 대비). 앰버 = 복합제. 자료 = 심평원 의약품사용정보 오픈API

(이 데이터에 붙는 병명은 처방전의 주상병이다 — 약의 적응증이 아니라 환자의 대표 질환이 잡힌다. 스타틴 처방전의 최다 병명이 지질 관련 진단이 아니라 고혈압(처방량 기준 25%)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복합제가 퍼진 순서도 보인다. 지역별 처방량을 인구로 나누면 — 인구에 비례하면 1.0이 된다 — 시장이 지금의 3분의 1이던 2019년에는 서울이 1.31로 가장 높았다. 새 약은 서울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 뒤 5년은 모두가 늘어난 시간이다. 서울도 1인당 처방량이 3.3배가 됐다. 다만 지방이 더 빨리 늘었다 — 광주와 대구는 4배, 제주는 4.3배, 세종은 5.2배. 그래서 2024년에는 광주와 대구의 1인당 처방량(월 2.6정)이 서울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전국이 서울을 따라잡은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배율들이 1.0을 향해 모여드는 것이 그 자국이다. 누가 누구에게 배웠는지 — 전파의 경로 — 까지는 이 데이터로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먼저 자리 잡은 곳과 따라붙은 곳, 그리고 그 간격이 닫히는 속도다.

인구 비례 1.0 세종 0.51→0.72 광주 1.05→1.16 제주 0.61→0.72 대구 1.08→1.17 경북 0.75→0.83 울산 0.83→0.89 충북 0.87→0.93 충남 0.77→0.82 전남 0.85→0.89 경기 0.87→0.90 경남 0.93→0.96 대전 1.26→1.28 부산 1.16→1.17 전북 0.99→1.01 강원 0.88→0.87 인천 1.08→1.00 서울 1.31→1.17 ○ 2019 · ● 2024

그림 2 · 지질 복합제의 지역 확산. 인구 대비 처방량(lift)이 2019년(○)과 2024년(●) 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나. 1.0 = 인구 비례. 앰버 = 오른 곳

(여기서 지역은 환자의 주소가 아니라 처방한 기관의 소재지다. 세종이 낮고 대전이 높은 것은 세종 주민이 대전에서 진료받는 몫이 섞인 결과로 읽어야 한다. 이 둘은 늘 쌍으로 본다.)

04같은 약, 몇 밀리그램이 팔리는가

여기서부터가 이 글을 쓴 이유다. 복합제가 시장의 절반을 넘겼다는 것은, 만들어야 할 품목의 가짓수가 곱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두 성분을 합치면 조합이 생기고, 조합마다 용량이 다시 갈린다.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가 전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가 된다.

공급부터 세어 봤다. 급여 목록의 의약품 21,953개를 성분 코드로 묶으면 성분은 2,268개다. 이 아홉 자리 코드가 성분만 담는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앞 네 자리가 성분, 다음 두 자리가 용량, 뒤 세 자리가 제형이다. 몇 밀리그램짜리인지가 코드에 이미 갈라져 있다. 미국에서 의사 노트를 파싱해 만들려던 바로 그 구분이 여기서는 코드 한 줄이다. 성분 셋 중 둘(65.5%)은 용량이 한 가지뿐이지만, 반대쪽 끝도 있다. 치매약 도네페질은 용량과 제형이 열 가지이고 그것을 122개 회사가 288개 제품으로 만든다.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은 일곱 가지, 124개 회사, 330개 제품이다. 병원과 약국 입장에서 이것은 재고 문제다. 같은 약 하나를 들여놓는 데 선택지가 수백 개라는 뜻이니까.

코드에 용량이 들어 있으니, 수요도 용량 단위로 볼 수 있다. 앞에서 1위였던 고지혈증 복합제와 당뇨 복합제, 두 치료군의 모든 용량 조합을 처방량으로 갈라 봤다. 용량은 제품명이 쓰는 표기를 따라 「에제티미브 10mg + 스타틴 5mg」을 10/5처럼 줄여 적는다. 로수바스타틴 복합제는 네 가지 용량으로 팔리는데, 처방의 48.5%가 10/5 한 조합에 몰리고 10/10이 33.2%를 가져간다.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는 더 쏠려서 10/10 하나가 처방의 67.6%다. 반대로 메트포르민에 다파글리플로진을 합친 당뇨 복합제는 아홉 가지 용량으로 흩어져 있다. 같은 복합제라도 수요의 모양이 이렇게 다르다.

이 수요를, 회사들이 만들어 둔 품목의 구성과 나란히 놓아 보자.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의 등재 품목은 10/10이 96개, 10/20이 97개, 10/40이 66개 — 세 용량에 거의 고르게 깔려 있다. 품목 수만 보면 세 용량이 비슷하게 중요한 시장처럼 보인다. 그런데 처방전의 3분의 2는 10/10 하나로 간다. 로수바스타틴 쪽에는 반대 방향의 어긋남도 있다. 처방의 10%만 가져가는 10/20에 품목의 31%가 몰려 있고, 수요가 자라는 막내 10/2.5에는 품목이 6%뿐이다. 처방은 쏠려 있는데 품목은 고르게 깔려 있다 — 수요의 모양과 공급의 모양이 다르다. 아래 그림에서 위아래 막대의 칸 폭이 어긋나는 만큼이 그 차이다.

처방전은 한 용량으로 몰리는데, 품목은 세 용량에 고르게 깔려 있다. 수요가 국가 단위로 공개돼 있는데도 그렇다.

같은 용량 순서로 위 = 처방전이 몰린 곳, 아래 = 품목이 깔린 곳 (2024-06). 두 막대의 칸 폭이 다를수록 어긋난 것 로수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처방 10/5 · 48% 10/10 · 33% 10% 9% 품목 10/5 · 32% 10/10 · 32% 10/20 · 31% 6% 아토르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처방 10/10 · 68% 10/20 · 24% 9% 품목 10/10 · 37% 10/20 · 37% 10/40 · 25%

그림 3 · 용량별 처방 비중(위)과 등재 품목 비중(아래), 2024-06. 위아래 칸 폭이 어긋나는 만큼 수요와 공급 구성이 다르다

이 어긋남을 숫자 하나로 줄이면 이렇다. 각 성분 조합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용량이 가져가는 처방 몫과, 그 용량이 차지하는 품목 몫의 차이 —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는 67.6% 대 37.1%, 30.5%포인트다. 두 치료군의 조합 전체를 처방량으로 가중해 평균하면 18%포인트. 가장 많이 처방되는 용량일수록 품목 구성에서는 그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품목 수는 허가받아 등재된 제품의 가짓수이지 생산량이 아니다. 회사마다 한 품목을 얼마나 만드는지는 이 데이터에 없다. 그러니 이 숫자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 품목 구성의 모양과 수요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부족한지는 각 회사의 생산·출하 데이터를 붙여야 나오고, 공개 데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어긋나 있다는 사실까지다.

시간을 넣으면 하나가 더 보인다. 로수바스타틴 복합제의 가장 낮은 용량인 10/2.5는 2019년에는 없었다. 2024년에 8.5%가 됐고, 2026년 3월에는 12%다. 아토르바스타틴 쪽에서도 낮은 용량인 10/5가 최근에야 5%로 들어왔다. 낮은 용량이 필요한 환자는 처음부터 있었을 것이다. 그 수요를 담을 품목이 늦게 온 것이다. 사실 신호는 진작부터 있었다. 2019년의 한 연구에서 처방의 15.6%가 정제를 쪼개는 분할 처방이었다. 필요한 용량이 시판 용량과 어긋날 때 의사와 약사가 하는 일이 그것이다.

업계가 이것을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어긋남을 나라 전체 단위로, 용량 하나까지 내려가서 재 본 공개 분석은 찾지 못했다. 필요한 것은 새 데이터가 아니었다. 이미 공개된 두 개의 표 — 처방 쪽 하나와 허가 쪽 하나 — 를 아홉 자리 코드로 잇는 것뿐이었다.

05이 글이 만든 자

앞의 관찰을 다른 치료군에도 쓸 수 있게 자로 만들어 둔다. 이 글이 잰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용량 격차다. 한 성분 조합 안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용량이 가져가는 처방 몫에서, 그 용량으로 허가된 품목의 몫을 뺀 값. 수요와 품목 구성이 같은 모양이면 0에 가깝고, 벌어질수록 수요가 몰린 자리에 품목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고지혈증·당뇨 복합제 전체에서 이 값은 평균 +18%포인트였고,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는 +30.5%포인트였다.

다른 하나는 지역 배율이다. 지역의 처방량 몫을 인구 몫으로 나눈 값. 1.0이면 인구에 비례하고, 1.0에서 멀수록 그 지역만의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전국이 서울을 따라잡으며 배율들이 1.0을 향해 모여드는 것을 이 자로 쟀다.

판단 규칙은 이렇게 세웠다. 용량 격차가 크고, 분할 처방이나 저용량의 뒤늦은 등장처럼 어긋남의 방증이 겹치고, 지역 배율까지 지역마다 다르게 움직인다면 — 그 치료군의 라인업과 재고 배분은 수요 데이터를 보고 다시 설계할 여지가 크다. 다만 결론은 공개 데이터만으로 내리지 않는다. 품목 수는 생산량이 아니므로, 마지막 판단은 각 회사의 생산·출하 숫자를 붙인 다음의 일이다.

어떻게 재나기준걸리면 무엇을 하는가
용량 격차최다 처방 용량의 처방 몫 − 그 용량의 품목 몫 0 근처면 일치. 이 글의 두 치료군은 평균 +18%p 격차 큰 조합부터 자사 생산·출하 데이터와 대조 — 라인업 재설계를 검토한다
지역 배율지역의 처방량 몫 ÷ 인구 몫 1.0 = 인구 비례 1.0에서 멀거나 해마다 움직이는 지역부터 영업·재고 배분을 다시 본다

06데이터 옆의 돈

이 데이터를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왜 아까운 일인지는 돈으로 셀 수 있다. 심평원 연구보고서(2018)의 추정으로, 같은 성분이 중복 처방되어 새는 돈이 연 1,382억 원 — 처방금액의 1.16%다. 처방받고 복용하지 않아 버려지는 약은 연 2,180억 원 규모로 추정됐다. 남은 약의 55.2%는 쓰레기통이나 하수구로 갔고, 먹을지 말지는 94.4%가 환자 본인이 판단했다.

인프라가 없어서가 아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률은 2020년 조사에서 이미 93.9%였고, 인증받은 기관은 2020년 6월 41곳에서 2024년 12월 4,052곳이 됐다. 처방전이 발행되는 순간 중복과 병용금기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DUR)은 2025년 한 해 외래처방전 약 14.9억 건을 점검했다. 처방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흐르는 나라다. 그런데 그 데이터로 수요와 재고를 읽는 층이 없고, 돈은 그 사이에서 샌다.

그리고 구멍이 하나 더 있다. 환자가 버리는 약은 공식 추정이라도 있는데, 병원과 약국이 폐기하는 재고에 대한 통계는 찾지 못했다. 낭비를 세는 눈이 환자에서 멈춘다. 기관 단위의 재고는 각 기관의 장부 안에만 있고, 그것을 합쳐서 보는 사람이 없다.

낭비를 세는 눈이 환자에서 멈춘다. 병원과 약국의 재고가 얼마나 버려지는지는, 통계가 없다.

07이 데이터로 못 보는 것

이 데이터의 시야는 급여의 경계까지다. 월 1조 2천억이 잡히는 데이터인데, 모두가 아는 위고비 열풍은 여기서 0원이다. 비만 치료제는 급여 목록에 한 품목도 없고, 위고비가 속한 GLP-1 계열의 급여 청구는 세 시점 모두 0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당뇨 신약이라도 급여로 들어온 SGLT2 억제제는 월 26억에서 91억으로 크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비급여 시장은 이 렌즈 바깥에 있다.

처방이지 복용이 아니다. 6장의 미복용 통계가 말해 주듯 둘은 다르다. 처방량을 수요로 읽을 때는 그 간격만큼 보수적으로 읽어야 한다.

병명은 주상병이다. 처방전에 적힌 대표 병명이라 약의 적응증과 다를 수 있다. 스타틴 처방전의 최다 병명이 고혈압인 이유이고, 병명 분포는 환자상을 보는 데 쓰되 적응증 통계로 쓰면 안 된다.

지역은 기관의 소재지다. 환자가 사는 곳과 다를 수 있고, 대형병원이 몰린 지역은 그만큼 부풀어 보인다. 인구로 나눠 보고, 세종과 대전처럼 유출과 유입이 짝인 지역은 쌍으로 읽는 이유다.

비식별과 시차. 제조사가 3곳 이하인 칸은 가려져 있고, 집계 반영에는 몇 달의 시차가 있다 — 이 글의 최신 달은 2026년 3월이다.

08그래서 이 글이 하고 싶은 말

미국에서는 처방 데이터를 만들려고 의사의 노트를 파싱하다 멈췄다. 한국은 같은 데이터를 성분·용량·지역·월 단위로 공개하고 있는데, 십 년 동안 이 문을 지나간 신청이 이천 건대이고 남긴 공개 분석은 찾지 못했다. 직접 써 보니 — 복합제가 시장의 절반을 넘기는 동안, 가장 잘 팔리는 약의 용량 수요와 품목 구성은 평균 18%포인트 어긋나 있었고, 낮은 용량은 수요보다 몇 년 늦게 도착했고, 서울에 먼저 자리 잡은 새 약을 전국이 5년에 걸쳐 따라잡는 자국까지 찍혀 있었다. 데이터가 없어서 안 보인 그림이 아니다. 보는 사람이 없어서 안 보인 그림이다. 당신의 치료군에서 이 두 개의 자 — 용량 격차와 지역 배율 — 가 얼마인지는, 오늘 공개 데이터로 잴 수 있다.

제약사 · 라인업/생산 기획 자기 조합의 용량 격차부터 수요의 3분의 2가 몰린 용량에 품목은 3분의 1뿐인 조합이 우리에게도 있는지 — 그리고 저용량처럼 수요보다 늦게 도착하는 용량이 지금도 있는지 제약사 · 영업/마케팅 치료군의 지역 배율 변화 우리 제품이 있는 시장은 따라잡기가 끝났는지, 지금 번지는 중인지 — 두 시장은 영업 배분이 달라야 한다 유통 · 도매 · 약국 재고를 수요 비중 순으로 복합제 전환으로 가짓수가 곱으로 늘어난 재고 — 처방의 절반이 한 용량에 몰리는 치료군이라면 발주 줄 세우기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병원 · 헬스케어 IT 흐르는 데이터가 판단으로 이어지는가 EMR·DUR 로 실시간으로 흐르는 처방 데이터가 기관 안의 재고·구매 판단에 닿는지 — 기관단 재고 낭비는 국가 통계조차 없다

그림 4 · 자리별로 먼저 볼 것

방법론 · 한계

  • 원자료 — 심평원 의약품사용정보 오픈API(공공데이터포털 등록). 급여 등재 제품 수 상위 100개 치료군(ATC 4단계)의 2019-06·2024-06·2026-03 전국 청구, 고지혈증·당뇨 복합제는 시군구(공식 지역코드 298개)와 성분 코드 단위까지. 조회 3,695번, 조제 기준, 보험자 구분 합산. 제품·용량 축은 급여의약품 ATC 매핑 목록(2025-06-30 기준) 21,953개 품목.
  • 1장의 용량-안전 서술 — 공개 문헌 기준: 고용량군 치명률이 유의하게 높아 조기 중단된 무작위시험(CloroCovid-19, 2020)이 근거이고, 효과 차이는 대부분의 시험에서 유의하지 않았다. 개인 경험은 시기·장면의 서술로만 썼다.
  • 용량 격차 정의 — 성분 조합 안 최다 처방 용량의 수량 몫 − 그 용량으로 등재된 품목 몫. 품목 수는 허가·등재 가짓수이지 생산량이 아니다 — 격차는 구성의 어긋남까지만 말한다.
  • 지역 배율 정의 — 시도의 처방 수량 몫 ÷ 주민등록 인구 몫 (행정안전부, 같은 달 기준). 광주·전남은 2026년 행정 통합 이전 구분으로 맞춰 계산.
  • 재현 — 본문의 수치는 원자료에서 다시 계산해 대조하는 검증 스크립트를 통과한 값이며, 활용신청 건수·저장소 수는 2026-08-23 기준이다.

여기까지가 공개 데이터로 보이는 것입니다. 재구매·증분·귀속 — 결정을 바꾸는 숫자는 귀사 데이터 안에 있고, 그걸 세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Lambency가 하는 일입니다.

caffrey.w.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