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106만 개의 명부에서
「생산종료」를 세어 봤다 — 0건이었다
품목제조보고 전수 스냅샷 1,066,415건 · 매대 신진대사율 · 공개 데이터 분석
식약처 개방 데이터에는 식품(첨가물)품목제조보고라는 명부가 있다. 한국에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팔려면 품목마다 이 보고를 해야 하니, 사실상 이 나라 가공식품·음료의 전수 목록이다. 필드 목록에 「생산종료여부」가 있길래, 106만 행을 전부 받아 그 값을 세어 봤다. 「예」가 0건이었다.
01명부를 통째로 받았다
받아 보니 고유 보고번호 기준 1,066,415건, 업소 29,134곳이다. 한 줄이 제품 하나다 — 언제 보고됐는지(보고일자), 누가 만드는지(업소명), 무엇인지(품목유형), 그리고 생산종료 여부.
속도부터 보자. 최근 12개월 신고분만 139,097건이다. 월 1만 건 안팎, 하루 380개꼴로 새 식품이 이 명부에 들어온다. 신제품이 쏟아진다는 말은 이 업종에서 수사가 아니라 집계다.
02죽음이 0건인 명부
그런데 나가는 쪽 문이 없다. 생산종료로 표시된 품목이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생산을 접은 품목과 폐업한 업소의 보고가 이 개방 조회에서 지워지는 구조라는 뜻으로 보인다(단정할 근거는 공개돼 있지 않다 — 뒤의 방법론 참조).
그러면 공식 통계에는 있을까. 식품의약품통계연보 875쪽을 내려받아 검색하고, KOSIS·e-나라지표·식품의약품 산업동향통계·식의약 데이터 포털을 차례로 확인했다(2026-08-12). 제품 단위의 연도별 신규 보고 건수도, 단종 건수도, 어디에도 없다. 있는 것은 업체 수 통계, 그리고 「생산실적」의 품목 수 — 2023년 77,127개 — 인데, 이건 주석을 읽어 보면 같은 업체가 같은 식품유형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면 1개로 세는 값이라 제품 단위가 아니다.
재미있는 대비가 하나 있다. 건강기능식품 쪽에는 식약처 데이터 목록에 「생산종료 데이터」가 따로 올라 있다. 일반 식품 목록에는 그런 항목 자체가 없다.
태어나는 쪽은 하루 380개씩 집계되는데, 죽는 쪽은 셀 수 없게 되어 있다.
왜 이게 문제인가. 신제품 출시를 실험이라고 부르는 회사는 많다. 그런데 실험의 절반은 중단 판정이다 — 무엇이 언제 왜 죽었는지가 데이터로 남아야 다음 출시가 달라진다. 이 업종의 공개 데이터는 그 절반이 구조적으로 비어 있고, 뒤에서 보겠지만 회사 안의 장부도 대개 같은 모양이다.
03그래서, 살아남은 것들의 나이를 잰다
죽음을 직접 셀 수 없으면 방법을 바꾼다 — 지금 살아 있는 것들의 나이 분포를 본다. 오늘 생산 중인 106만 개 품목을 보고일자로 줄 세우면, 중위가 2021년이다. 절반이 최근 5년 안에 명부에 들어온 것들이다.
| 신고 연도 | 오늘 살아 있는 품목 |
|---|---|
| 2019 | 59,287 |
| 2020 | 72,982 |
| 2021 | 83,287 |
| 2022 | 87,445 |
| 2023 | 101,915 |
| 2024 | 118,006 |
| 2025 | 134,846 |
| 2026 (8월 10일까지) | 85,879 |
정직하게 읽자. 이 곡선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은 이유는 둘이 섞여 있다 — 최근에 더 많이 태어났거나, 오래된 것이 그새 죽어서 빠졌거나. 이 명부만으로는 두 몫을 가를 수 없다. 가르려면 그해에 몇 건이 보고됐는지의 분모가 필요한데, §02에서 본 대로 그 분모가 공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은 생존율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가를 필요가 없는 지표를 하나 만든다.
04매대마다 시계가 다르다
지표는 이렇다. 매대 신진대사율 = 최근 24개월 신고분 ÷ 오늘 살아 있는 품목 전체. 분자도 분모도 같은 날짜의 같은 명부에서 나오므로, 없는 분모를 추정할 일이 없다. 뜻은 단순하다 — 지금 그 매대에 있는 것 중 얼마가 2년 안에 들어온 새것인가.
명부 전체로는 25.0%다. 살아 있는 식품 넷 중 하나는 2년이 안 된 것들이다. 그런데 품목유형별로 쪼개면 이 시계가 같은 업종 안에서 아홉 배 가까이 벌어진다.
| 품목유형 | 살아 있는 품목 | 신진대사율 (24개월) |
|---|---|---|
| 즉석섭취식품 | 18,258 | 44.8% |
| 간편조리세트 | 6,326 | 40.7% |
| 혼합음료 | 8,980 | 36.5% |
| 빵류 | 57,371 | 34.9% |
| 즉석조리식품 | 41,235 | 33.4% |
| 김치 | 20,882 | 25.6% |
| 소스 | 146,038 | 25.2% |
| 커피 | 49,401 | 23.5% |
| 떡류 | 27,330 | 20.3% |
| 액상차 | 30,574 | 20.1% |
| 침출차 | 28,586 | 17.7% |
| 조미김 | 6,885 | 5.0% |
| 전체 | 1,066,401 | 25.0% |
즉석섭취식품 —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 은 매대의 절반 가까이가 2년 내 새것이다. 이 매대에서 자리는 소유가 아니라 임대다. 반대쪽 끝의 조미김은 5.0% — 몇 년 전 그 제품이 아직 그 자리를 지키는 매대다. 음료 안에서도 갈린다. 혼합음료는 36.5%로 도는데 침출차는 17.7%로 돈다. 같은 「음료 신제품」이라는 말이 두 매대에서 전혀 다른 사건이라는 뜻이다.
창을 바꿔도 이 순서는 버틴다. 12개월로 좁혀도, 36개월로 넓혀도 위아래가 뒤집히는 유형은 없었다 — 수치는 방법론에 적었다.
05러시는 소수의 게임이다
하루 380개라는 러시를 누가 만드는지도 세어 봤다. 업소 29,134곳의 살아 있는 품목 수는 중위 9개다. 그런데 상위 10% 업소가 전체 품목의 67.0%를 들고 있다.
신고 쪽은 더 쏠린다. 최근 24개월에 신제품을 한 건이라도 보고한 업소는 53.4% — 절반 가까운 업소는 2년간 신제품이 없었다. 보고한 업소도 중위 5건이고, 그중 54.1%는 5건 이하다. 그 사이 24개월치 신고 266,862건의 53.4%를 상위 1,000곳이 만들었다.
시장의 러시는 소수 대형사의 페이스다. 그 페이스를 자기 KPI로 삼으면 남의 시계로 달리게 된다.
06그래서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
자기 회사의 신진대사율부터 계산한다. 같은 식이다 — 최근 24개월 출시 SKU ÷ 현재 판매 중인 SKU 전체. SKU 마스터가 있으면 오 분짜리 계산이고, 이 계산이 오 분에 안 되면 그것부터가 발견이다. 그리고 두 숫자에 대본다: 자기 품목유형의 값(위 표), 그리고 명부 전체의 25.0%. 이 기준선은 누가 정한 선이 아니라 같은 자로 잰 시장 전체의 실측값이다.
| 내 위치 | 읽는 법 | 무엇을 다르게 하는가 |
|---|---|---|
| 내 카테고리가 25.0% 위, 우리 회사가 카테고리보다 빠름 | 회전 매대에서 회전으로 산다 | 신제품 KPI를 출시 건수에서 생존 건수로 바꾼다. 출시마다 종료 조건 — 기간과 기준 — 을 먼저 문서로 적고, 미달이면 자동 단종한다. 신제품 손익은 기존 라인과 섞지 말고 별도로 본다 |
| 내 카테고리가 25.0% 위, 우리 회사는 그보다 느림 | 매대는 도는데 우리는 안 돈다 | 전략을 명시적으로 정한다 — 장수 SKU로 버틸 것이면 재구매 지표에 예산을 옮기고, 회전을 따라갈 것이면 출시 파이프라인의 병목부터 잰다. 둘 다 아닌 상태가 가장 비싸다 |
| 내 카테고리가 25.0% 아래 | 느린 매대 | 신제품 수가 아니라 기존 품목의 유지가 자산이다. 출시 예산을 늘리기 전에, 지금 팔리는 품목의 재구매·유통 커버리지에 먼저 쓴다 |
어느 행이든 공통 규칙이 하나 있다. 단종을 기록한다. 무엇을 언제 접었고, 무슨 기준으로 접었는지. 등록부처럼 죽음을 지우는 장부에서는 다음 출시가 지난 출시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단종 이력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이 업종에서 가장 싸게 쌓을 수 있는 실험 데이터다.
이 계산에서 내린 선택 세 가지도 적어 둔다.
- 왜 24개월인가. 12개월이면 명절 기획 한 사이클과 신고에서 입점까지의 지연에 값이 출렁이고, 36개월이면 현재 속도가 아니라 과거 삼 년의 평균이 된다. 24개월은 계절 사이클 두 번을 담으면서 「지금」에 붙어 있는 가장 긴 창이다.
- 왜 분모가 생존 품목인가. 신고 건수를 분모로 쓰는 순간 죽은 보고가 필요해지는데, 이 데이터에는 죽음이 없다. 분자와 분모를 같은 날의 명부에서 뽑으면 그 문제가 사라진다 — 대가는 이 지표가 「출시 대비 생존」이 아니라 「매대의 젊음」을 잰다는 것이고, 그 한계는 그대로 안고 간다.
- 일부러 안 센 것. 식품첨가물제조업의 103,142건 — 향료·혼합제제 — 은 표에서 뺐다. 소비자 매대가 아니라 공장 간 거래라서다. 참고로 그쪽의 신진대사율은 18.7%로, 역시 소비자 매대보다 느리다.
07이 명부가 못 보는 것
신고는 출시가 아니다. 보고만 하고 매대에 못 간 제품, 소량만 만들고 사라진 제품이 다 섞여 있다. 그래서 신진대사율은 실제 매대 회전보다 과대 쪽으로 기운 값이다 — 방향은 알 수 있고 크기는 알 수 없다.
죽음의 시점과 사유가 없다. 그래서 이 데이터로는 생존율도 반감기도 계산되지 않는다. 그 숫자는 자기 단종 이력을 데이터로 남긴 회사 안에서만 나온다 — §06의 공통 규칙이 바로 그 자리다.
종료 판정에 필요한 신호도 밖에는 없다. 출시 후 첫 재구매율, 매대 회전 속도 — 종료 조건의 재료가 되는 숫자들은 대부분 유통 채널의 정산 데이터 안에 있다. 그걸 자기 장부로 가져오는 문제는 이 시리즈 3편에서 다뤘다.
08그래서 이 글이 하고 싶은 말
등록부는 탄생만 기록하고 죽음을 지운다. 그래서 이 업종은 출시를 실험이라 부르면서 실험의 절반 — 중단 판정 — 을 데이터로 갖고 있지 않다. 죽음을 못 세면 매대의 젊음을 재라. 신진대사율 = 최근 24개월 신고분 ÷ 살아 있는 품목 전체, 기준선은 시장 전체의 25%다. 그 위면 출시 KPI를 건수가 아니라 생존 건수로 바꾸고, 아래면 예산을 신제품이 아니라 기존 품목 유지로 옮겨라. 어느 쪽이든 단종을 기록하라 — 이 업종에서 가장 싸게 쌓이는 실험 데이터다.
| 어느 자리에 있든 | 먼저 보면 좋은 것 |
|---|---|
| 즉석식품·빵류처럼 빠른 매대 | 자기 신진대사율과 출시마다의 종료 조건 — 접는 기준이 시작 전에 문서로 있는가 |
| 소스·차·떡처럼 느린 매대 | 신제품 수가 아니라 기존 품목의 유지·재구매가 자산이다 — 예산 축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 |
| 신제품 기획·마케팅 | 신고 ≠ 출시 ≠ 생존 — 지금 KPI가 셋 중 어느 단계를 세고 있는가 |
| 재무 | 신제품 손익이 기존 라인과 섞여 있지 않은지, 단종의 사유·시점이 데이터로 남는지 |
방법론 · 한계
- 원자료 —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개방 API 「식품(첨가물)품목제조보고」 전수 1,066,448행(2026-08-10 수집 완료). 보고번호 중복 33건과 보고일자 오탈(미래·1945년 이전) 14건을 빼면 분석 대상 1,066,401건. 필드는 보고일자·업소명·품목유형·생산종료여부 등이며, 품목유형 분류는 식약처 것을 그대로 썼다(우리 재분류 없음).
- 「생산종료 0건」의 해석 — 전 행이 「아니오」였다는 것은 실측이고, 종료·취하된 보고가 조회에서 삭제된다는 것은 그로부터의 추정이다. 폐업·품목 취하·생산 중단이 명부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공개 문서로 확인되지 않는다.
- 범위 — 식품위생법상 품목제조보고다. 축산물가공품(축산물위생관리법)과 건강기능식품(건강기능식품법의 품목제조신고)은 법과 명부가 달라 포함되지 않는다. 「식품·음료」라고 쓴 것은 이 범위 안의 이야기다.
- 연도별 신규 보고 통계의 부재 — 식품의약품통계연보 2023(875쪽 전문 검색), KOSIS, e-나라지표, 식품의약품 산업동향통계 2023, 식의약 데이터 포털의 공개 파일 목록을 확인했다(2026-08-12). 제품 단위 연도별 신규·단종 집계는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공식 숫자는 「2023년도 식품 등의 생산실적」의 품목 수 77,127개인데, 같은 업체의 같은 식품유형 제품들을 1개로 세는 (업체×식품유형) 단위라 이 명부의 제품 단위와 다르다 — 그래서 분모로 쓰지 않았다.
- 창 민감도 — 신진대사율을 12개월(전체 13.0%)·36개월(전체 35.4%)로 다시 계산해도 표의 유형 간 순서는 유지된다. 즉석섭취식품 27.9→44.8→56.0%, 침출차 9.3→17.7→25.9%.
- 회사명은 다루지 않았다 — 이 글의 단위는 품목유형과 분포다. 개별 업소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명을 쓸 일이 없었다. 수치는 전부 공개 API에서 나오므로 재현하려는 독자는 같은 명부를 받아 대조할 수 있다.
같은 방법을 다른 업종에 적용한다. 병목은 업종마다 다르고, 그 차이를 찾는 것이 이 시리즈가 하는 일이다.
업종 하나의 병목을 공개 데이터로 짚습니다. 새 글이 나올 때만 보냅니다.
여기까지가 공개 데이터로 보이는 것입니다. 재구매·증분·귀속 — 결정을 바꾸는 숫자는 귀사 데이터 안에 있고, 그걸 세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Lambency가 하는 일입니다.
caffrey.w.lee@gmail.com